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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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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 공모전 학생부 장려상, 마에스틱 시장’에 다녀와서 - 김채령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01  
  게시글 주소 : http://www.ikcs.kr/ik/bbs/board.php?bo_table=B19& wr_id=23



장 려 상

마에스틱 시장’에 다녀와서

김채령(JIKS 10)

할머니의 칠순잔치가 운 좋게 여름방학과 맞물려 한국에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고국이라 그런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혹 길을 잃은 아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신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늘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일하며 자신들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오직 여름밖에 없는 계절과 느긋함에 길들여진 내게 한국은 힘찬 기관이 움직이는 듯 숨 가쁘게 느껴졌다. 특히 할머니를 따라서 새벽시장에서 느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치열함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락동 농수산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남대문․ 동대문의 재래시장 등 서울에 있는 시장은 모두 가 본 것 같다. 안개 짙게 깔린 시장 복판은 사람들의 땀방울과 목청 높은 소리가 섞이며 활기를 띤다. 물건을 파는 사람, 물건을 사는 사람, 물건을 나르는 사람. 어느 한 사람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늘 느긋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비판적 생각을 했다. 무궁한 자원과 수많은 인구를 가지고도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약간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며, 그들은 하루 빨리 한국인의 근면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학을 마치고 다시 인도네시아에 돌아온 뒤, 우연한 기회를 얻어 엄마와 함께 ‘마에스틱 시장’에 다녀왔다. 그곳에 다녀온 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나의 선입견을 바꾸게 되었다. 마에스틱에서 본 풍경은 한국 시장에서 본 풍경만큼 활기차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우월 의식을 갖고, 막연히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이리저리 바쁘게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 생선을 손질하는 사람들, 배달할 채소들을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물건 값을 깎고 물건 값을 높이려는 사람들. 시장안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어디에서도 게으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한 모습은 내게 환경과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니고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눈으로 마음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시장에서 나오는 길에 엄마는 한 꼬마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궁금한 생각에 이 아이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이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엄마의 짐을 차까지 옮겨주는 ‘캐리 보이’ 라고 했다. 얼핏 봐도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몇 년 전부터라면 도대체 몇 살 때부터 이 일을 했고, 왜 이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 아이가 시장에서 일하는 이유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그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인데,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그 아이의 학비를 내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공부도 곧잘 할뿐더러 동생들을 위하는 마음도 지극하기 때문에 늦은 밤부터 학교에 가기 전인 새벽까지 캐리보이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 아이의 사연이 남 같지 않아 아무리 작은 짐이라도 이곳을 찾으면 꼭 그 아이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그 아이에 대한 사정을 듣고 나서 나는 늘 불평 속에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삶의 치열함 없이 대충대충 산다고 생각했던 내 좁은 생각의 벽을 깨트리게 되었다. 그 아이의 땀과 웃음에는 분명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있다. 잠든 용 같은 인도네시아가 머지않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게으름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는 것은 게으름이 아닌 여유일 뿐이다. 그 여유를 이방인들은 게으름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판단한다. 바쁜 가운데 그들에겐 여유가 있다. 사소한 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던지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신께 감사하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을 때 돈을 세는 상점의 직원을 보며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 번 세고, 두 번 세고, 세 번 세고... 네 번째는 일정한 면으로 돈을 맞추는 그들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기도 했었다. 이제는 그들이 돈을 셀 때 조급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친구에게 문자를 하고,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다스리는 법에 익숙해졌다. 그들의 여유로움을 닮아가면서 나도 가끔 인도네시아 사람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 사람이든 인도네시아 사람이든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부지런한 생활 가운데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런 이가 진정한 멋쟁이 아닐까.

------------------------------------ 수상소감

우선 이 글을 쓰면서, 할머니와의 추억과, 재래시장에 느꼈던 느낌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은 모든 게 게으르고 느리기만 한 인도네시아인들에게서 조급하고 때로는 울화가 몇 번씩 치밀기도 했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제 글을 읽고 인도네시아 인들은 게으른 게 아니라 여유로울 뿐이다! 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쯤은 그들을 이해하며 여유로운 인도네시아 인들의 삶을 즐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저의 글을 좋게 봐주신 심시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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