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홍 빛깔의 라일락의 향기를 뒤로하고 오월 초 낯선 이 이국 땅을 밟기 전까지 긴장된 경계심은 대단했었다. 여러 경로로 익힌 간접 정보를 통하여 정신을 단단히 무장하고 자카르타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앞서 와 있던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웃음이 폭발하면서(콧수염)..이거 뭡니까? 아주 오래 전 내가 살았던 동네에 오랜만에 온 듯 익숙한 디자인과 선량한 눈과 순박한 웃음들…… 스물스물 옛 정감이 다가오는 듯한 이 정체성은?
우리 주재원 아녀자끼리 농으로 동남아시아를 제외한 타국 주재원은 국제식모.! 맞습니까? 여하간 새로운 내 공간으로 이동 순간부터 멀쑥한 젊은 경비들로부터 인사를 받으며 말도 못하는 불구자 같은 저에게 자동 덤으로 공존하게 된 가정부와 기사까지 공손함의 극치로 존중받으며 아직까지 넙죽넙죽 철없이 그저 헤헤 거리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소통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하여 지인의 권유로 만나 뵙게 된 <한*인니 문화원>의 <사공 경 원장님>의 트레이드 마크.` 부겐빌레아 헤어 핀’ (이곳에서는 깜보자라고 불림) 를 보고 이곳이 이국임을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자… 이제 사공 경 원장님 덕분으로 황홀하고 즐거웠던 루마자와 가옥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문 출입문을 지나 이 통로 끝의 저 문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먼저 나오는 Pendopo~ 우리나라의 응접실 같은 곳으로 발 끝부터 천장까지 보물들로 가득 차 있어 들어서는 순간 우리 일행 모두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인 SANTOS씨의 부재로 미국인 부인이 대신하여 소장품들과 그 유례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전 박물관에서 이 박물관으로 이사 하는 데에 6개월 정도 손수 하나 하나 옮겼으며, 총 42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이렇게 미로 같은 복도로 조각 조각 이어진 방들이며, 벽과 천장 구석구석까지 장식들이 자유롭게 놓여져 있습니다. 정말 발 디딜 틈만큼의 공간만이 허락된 곳입니다.
지난 싱가포르의 박물관의 전시품(어디나 그렇지만요)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나 여기 루마자와는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서 간직할 수 있으니 더욱 고맙더라구요.
다음은 손님용 욕실 겸 화장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