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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회 문화탐방 인도네시아의 대문호, 인도네시아의 물따뚤리 “프라무디아 아난따 뚜르 (Pramoedya Ananta Toer)” 전시 탐방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8-05-23 (수) 13:21 조회 : 1364
한.인니문화연구원 319회 문화탐방기 
                          
프람이 남긴 것들 
-  민 선 희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물었다. "프라무디야를 알아?"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Bumi Manusia(인간의 대지)』 쓴 사람 아니야?” 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프라무디야의 많은 책이 지금까지도 금서이기 때문에 그런 대답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 이름은 프람(Namaku Pram)”이라는 타이틀로 끄망에 있는 디아.로.구에 아트 스페이스(Kemang, Dia.lo.gue Art Space)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만나기 쉽지 않은 기회였다는 건, 전시회 기획자겸 큐레이터인 엔젤 딴질(Engel Tanzil)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느꼈다. 프라무디야 아난타 투르(Pramoedya Ananta Toer, 1925-2006, 이하 프람)에 대한 기록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프람의 가족에게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프람은 시대 비판적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핍박과 압박을 받았다. 네덜란드 식민시대부터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까지 40년 이상을 가택 연금(家宅軟禁), 투옥, 유배 기간을 보낸 그였다. 프람은 수카르노 초대대통령을 지지했지만 『Korupsi (부패)』라는 책을 써서 수카르노 정부의 눈 밖에 났다. 정부가 중국계 사람들에게 가혹하게 하는 것을 보고 중국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인권에 관한 책 『Hoakiau di Indonesia』을 1960년 출판하여 투옥되기도 하였다. 수하르토 대통령 집권기에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부루 섬(Pulau Buru, 정치범 유배지)에 10년(1969.8~1979.11) 넘게 잡혀 들어가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은 대중에게 이야기가 알려져 또 다른 고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프람의 가족을 전시회 기획자는 몇 년에 걸쳐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한.인니문화연구원 탐방단 14명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프람의 일대기를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람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고향인 동부자바 블로라(Blora)를 떠나왔다. 수라바야에서 라디오 기술 학교를 다녔지만 이마저도 일본의 침략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자카르타로 온 뒤에는 타자를 독학으로 익혀 일본신문사에서 타자치는 일을 했다. 타자치는 일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 프람은 잡지사에 들어가 편집장으로 일했다. 네덜란드 식민시대와 일본침략기를 겪고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프람의 사회 비판적 의식이 자라났을 것이다. 프람이 사회적 폐해를 두 눈으로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기록하기 시작한 시기였던 듯 하다.

프람은 부루 섬에 갇혀 있는 동안, 여러 감옥을 옮겨 다녀야 했는데, 타자기, 펜, 종이가 없었던 시기에는 사람들에게 구두(口頭)로 이야기를 풀어, 사람들이 입과 입으로 전달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 누구의 자존심, 자긍심, 내면에 살아 있는 그 어떠한 것도 외부의 힘으로는 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Sayang sekali kekuatan tak bisa merampas harga diri, kebanggaan diri, dan segala sesuatu yang hidup dalam batin siapapun.)"고 한 프람의 풍자적 명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톨릭 신부나 신문 기자들이 부루 섬을 찾아 프람에게 종이와 펜을 주거나 타자기를 선물했다. 종이가 없을 때는 시멘트 포대자루를 잘라 타자를 치기도 했다. 전시장에 놓여 있는 프람의 작업실에는 타자기 세 대가 있었다. 주제별로 타자기를 나눠 쓰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동부에 있는 부루 섬에서 오랜 기간 서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프람은 서쪽을 향해 글을 썼다고 한다. 타자기 옆에 놓인 담뱃갑, 의자에 걸쳐진 사룽(남자들이 기도하거나 생활할 때 두르는 천)을 보니 조금 더 프람과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천장에 달려 있는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틱, 틱, 틱' 타자 치는 소리 같아 고개를 돌렸다. 가족들의 엽서 편지가 나란히 전시된 코너에 시선이 멈췄다. 옆서 크기는 손바닥 만했는데, 부루 섬 정치수용소에서 크기를 제한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닮아 프람이 깊이 사랑했다는 두 번째 부인이 쓴 편지를 읽었다. "막내는 키가 훌쩍 컸어요.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평범하디 평범한 이러한 내용도 유배된 사람들끼리 돌려보며 가슴으로 읽었다고 한다. 가족과 수년간 연락하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강제노역만 하며 살아갔지만 바깥 세상에서 온 편지는 그들에게도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의지를 일깨워 주었다. 사지(死地)의 부루 섬을 방문했던 사람 중에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 기록한 종이도 있었다. 프람은 정치범들에게 각 전공분야를 기록하게 하여 그들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하고 그들이 후일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각성시켜 희망을 주었다고 한다. 

프람이 쓴 책 중에는 일제 시대에 강제로 부루 섬에 끌려간 자바 출신의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책도 있다. 온 세상의 분노를 다하여 그 이야기를 들었다. 위안부 여성들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좌절했기 때문에 부루 섬에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프람이 부루 섬에서 석방된 이후 일본에서 문학상을 받을 일이 있었다. 프람은 자바 출신의 위안부 여성들이 부루 섬에 두었던 일본 동전을 수소문 해 찾았다. 일본에게 보여주면서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수년간 강제노역을 하고 글을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프람의 기개와 정신은 꼿꼿했다.

프람은 1981년부터 여러 해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 프람은 해외에서 인정받고 상도 많이 받았으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 프람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가치가 있다. 『인간의 대지』가 금서가 되자 여러 나라에서 몰래 가지고 나가 번역을 했을 정도이니 프람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짐작할 만하다. 위대한 역사적 기록이고 인류보편적인 가치인 인권, 평등, 정의를 외치고 있는 프람의 글이 언젠가는 인도네시아에도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장 한 켠에서 베레모와 안경을 쓰고 걸어오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Bumi Manunsia, 인간의 대지』를 영어로 번역한 맥스 래인(Max Lane)이라는 호주 작가이다. 맥스 래인은 암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Indonesia Tidak Hadir di Bumi Indonesia, 인간의 대지에는 인도네시아가 없다』라는 책을 최근 출판했다. 
짙은 회색 벽면에 걸려 있던 스케치 작품들도 눈앞에 다시 한 번 스친다. 사람들이 프람의 모습과 작품 속 인물을 그려 선물했다. 프람은 2006년 삶을 다 했지만,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살아 있는 듯 하다. 

전시장 유리 너머로 뒷마당이 보였다. 프람이 남긴 말이 마치 타자로 찍은 듯한 필체로 길고 하얀 천에 적혀 있었는데, 바람에 흔들려 이리 저리 움직이니 색다른 예술품이 되었다. 인간이 알고 있는 어떠한 강함도 표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Segala macam kekuatan yang pernah dikenal manusia tak pernah berarti bila tidak disalurkan")는 프람의 철학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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